1. 줄거리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1592년 임진왜란 발발 직후, 조선 수군과 일본군이 한산도 앞바다에서 격돌하는 한산도대첩의 과정을 다루는 영화이다. 일본군은 조선을 빠르게 점령하고 수도 한양까지 함락시키지만 조선 수군은 그 상황에서조차 여전히 건재했다. 이순신(배우 박해일) 장군은 거북선을 앞세워 일본 수군을 상대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통해 조선의 해상 주도권을 되찾으려 한다. 한편 일본군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배우 변요한)는 이순신 장군을 제거하고 조선 해군을 무력화하려는 전략을 세운다. 그는 조선 수군을 유인해 압도적인 수적 우위로 섬멸하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이를 간파하고 오히려 일본군을 함정에 빠뜨리는 전술을 준비한다. 영화는 양측의 전략과 심리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결전의 날 이순신 장군은 학익진(학이 날개를 펼친 형태의 해상 포위 전술)을 활용해 일본군을 포위하고 거북선을 선봉에 내세워 강력한 공격을 감행한다. 일본군은 조선 수군의 기동력과 전술적 우위를 예상하지 못하고 크게 당황하며 전세는 급격히 조선 쪽으로 기울게된다. 결국 조선 수군은 한산도 앞바다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게 되고 일본군은 큰 피해를 입고 퇴각한다. 영화는 승리를 거둔 이순신 장군이 조용히 전장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한산도 대첩의 승리를 알렸다.
2. 역사적 배경
한산도 대첩은 1592년 7월 8일, 임진왜란 중 조선 수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거둔 가장 결정적인 승리 중 하나다. 당시 일본군은 부산과 한양을 점령하며 빠르게 전진했지만 해상에서 조선 수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이순신 장군은 옥포 해전과 사천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조선 수군의 사기를 높였고 이어서 한산도 앞바다에서 결정적인 전투를 준비했다. 당시 일본의 수군은 전투 방식에서 조선의 수군과 큰 차이점을 보였는데, 일본군은 주로 백병전에 능한 병사들을 태우고 접근전을 시도했지만 조선 수군은 원거리에서 화포를 활용해 적을 격파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이순신 장군은 이러한 차이를 이용해 일본군을 유인하고 학익진을 사용해 그들을 포위하는 전략을 펼쳤다. 학익진은 학이 날개를 펼친 형태의 수중 포위 전술로, 일본군이 중앙으로 유입되면 조선 수군이 좌우에서 포위해 일제 사격을 가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은 일본군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고 결국 조선 수군은 한산도 대첩에서 대승을 거두게 된다. 이 전투 이후 일본군은 해상에서의 주도권을 상실했고 임진왜란의 흐름은 조선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한산도 대첩은 단순한 해전이 아니라 조선 수군이 일본군을 압박하고 전쟁의 흐름을 바꾼 중요한 전투로 평가된다.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전략과 지휘력이 빛을 발한 전투였으며 이후 조선 수군은 연전연승하며 일본군을 견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3. 총평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전작 명량과 비교했을 때 보다 정교한 전술과 해전의 묘사에 집중한 작품이다. 이순신 장군이라는 인물을 영웅적으로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전략가와 리더로서의 면모를 강조하며 보다 세밀한 심리전을 담아냈다. 또한 해상 전투의 스펙터클한 장면들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드문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배우 박해일이 연기한 이순신 장군은 기존의 이순신 장군의 이미지와는 다소 다른 접근을 보였다. 최민식이 연기한 명량의 이순신 장군이 강인한 카리스마와 절박함을 보여줬다면 한산의 이순신 장군은 보다 냉철하고 지적인 전략가로 묘사된다. 이는 전투의 흐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의 특성상 적절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감정적인 몰입도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전투 장면의 완성도는 높지만 캐릭터들의 서사가 상대적으로 약해 관객들이 감정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또한 전투 위주의 전개로인해 스토리가 단조롭게 느껴질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산은 한국 전쟁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한산도 대첩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며, 이순신 장군의 전략적 면모를 깊이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작 명량이 감정적 몰입과 박진감에 집중했다면 한산은 보다 치밀한 전투 묘사와 전술적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 이순신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으로서 이후 개봉한 노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